머리카락은 계속 자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라고 → 멈추고 → 쉬고 → 빠지는 주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자체는 고장이 아니라 주기의 정상적인 한 단계입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요즘 부쩍 빠져요"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정상 범위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 주기입니다. 기준을 모르면 정상적인 탈락을 문제로 오해하거나, 반대로 살펴봐야 할 신호를 그냥 넘기게 됩니다.
이 글은 두피 관리의 기초가 되는 문서입니다. 앞으로 다룰 계절 탈락, 하루 탈락량, 빈자리가 채워지는 시간 같은 주제가 전부 여기서 갈라져 나옵니다.
모발 주기는 몇 단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크게 세 단계입니다. 여기에 실제로 빠져나오는 순간을 따로 떼어 네 번째 단계로 보기도 합니다.
| 단계 | 하는 일 | 알려진 기간 |
|---|---|---|
| 성장기 (anagen) | 모낭이 활발히 세포를 만들어 모발이 자란다 | 두피에서 통상 2~6년 |
| 퇴행기 (catagen) | 성장을 멈추고 모낭 아랫부분이 줄어든다 | 2~3주 |
| 휴지기 (telogen) | 모발이 더 자라지 않고 자리만 지킨다 | 약 3개월 |
| (탈락기, exogen) | 붙어 있던 모발이 실제로 빠져나온다 | 휴지기 끝 무렵 |
이 구분은 모낭 생물학에서 널리 쓰이는 기본 틀입니다(Paus & Cotsarelis, 1999).
여기서 기간의 차이가 핵심입니다. 성장기는 몇 년인데 휴지기는 몇 달입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두피를 들여다봐도 대부분의 모발은 성장기에 있고, 휴지기 모발은 일부에 그칩니다. 널리 인용되는 범위로는 성장기가 대략 열에 여덟아홉, 휴지기가 열에 하나둘 정도입니다.
왜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다 빠지지 않나요?
모낭 하나하나가 따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두피에는 모낭이 십만 개 단위로 있는데, 이들이 같은 시계를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옆에 붙어 있는 모낭이 서로 다른 단계에 있습니다. 이것을 비동기(asynchronous) 주기라고 부릅니다.
털갈이를 하는 동물은 이 주기가 계절에 맞춰 한꺼번에 돌아갑니다.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매일 조금씩만 빠지고 그만큼 조금씩 다시 자랍니다. 머리카락이 늘 비슷한 밀도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몇 개 빠졌다"보다 "이 상태가 얼마나 이어지는가"가 훨씬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루치 숫자는 감는 주기, 빗는 방식, 그날의 활동에 따라 쉽게 흔들립니다.
지금 빠지는 머리카락은 언제 정해진 건가요?
지금이 아니라 몇 달 전입니다. 이 시차가 모발 주기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입니다.
모발이 휴지기에 들어가는 시점과 실제로 빠져나오는 시점 사이에는 약 3개월의 간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몸이나 두피에 무언가 부담이 있었다면, 그 여파는 그때가 아니라 한 계절쯤 지나서 눈에 보입니다.
이 시차가 만드는 대표적인 장면이 가을 탈락입니다. 사람의 모발 주기에는 1년 주기의 리듬이 관찰됩니다.
영국에서 성인 남성 14명을 18개월간 4주 간격으로 측정한 연구가 자주 인용됩니다(Randall & Ebling, 1991).
- 두피 모낭의 성장기 비율은 3월에 90% 이상으로 가장 높고, 이후 계속 낮아져 9월에 가장 낮았습니다.
- 탈락 모발 수는 8~9월에 정점을 찍었고, 이때 하루 평균 약 60개로 직전 겨울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표본이 14명이고 영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인에게 같은 폭으로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개인차도 큽니다.
그리고 이 리듬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낮 길이(일조시간)에 따른 연주기 리듬으로 보는 설명이 주류이고, 여름의 자외선·땀·피지 부담을 함께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뒤쪽은 위 연구가 확인한 내용이 아니라 별개의 가설입니다. 저희가 상담에서 여름 두피 환경을 함께 살피는 것은 그것이 원인으로 증명돼서가 아니라, 관리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여름 두피 환경은 여름철 두피 열감과 안전모를 오래 쓰면 탈모가 생길까?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언제부터 늘었나요"를 반드시 여쭙습니다. 지금의 두피 상태만 보면 원인이 지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계기는 두세 달 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 주기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주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성장기가 짧아집니다.
성장기가 짧아지면 모발이 예전만큼 길고 굵게 자라기 전에 퇴행기로 넘어갑니다. 그 결과 같은 개수가 나 있어도 전체적으로 가늘고 짧아 보입니다. 연령에 따라 모발 주기가 달라진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관찰되어 왔습니다(Courtois 등, 1995).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 개수가 줄어든 것 — 밀도의 문제
- 굵기가 얇아진 것 — 성장기 길이의 문제
둘은 원인도 다르고 접근도 다릅니다. 거울로는 둘 다 "머리숱이 없어 보인다"로 똑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측정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엉뚱한 것을 붙잡게 됩니다.
이 주기를 알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세 가지 판단 기준이 생깁니다.
- 하루 숫자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비동기 주기라 매일 일정량이 빠지는 게 정상입니다. 봐야 할 것은 하루가 아니라 추세입니다.
- 원인을 찾는 시점이 달라집니다. "지금 뭐가 문제지"가 아니라 "두세 달 전에 무엇이 있었지"를 먼저 봅니다.
-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압니다. 빠진 자리는 즉시 채워지지 않습니다. 휴지기가 끝나고 새 성장기가 시작되어 눈에 보일 길이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관리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인가요?
모발 주기 자체를 다시 쓰는 일은 관리의 영역이 아닙니다. 관리가 다루는 것은 모발이 자라나는 자리, 즉 두피 환경입니다.
- 과도한 피지와 각질이 모공 주변에 쌓여 있는지
- 세정이 지나쳐 두피 장벽이 들떠 있는지
- 마찰·열·건조로 자극이 반복되고 있는지
이런 요소는 측정으로 확인할 수 있고, 습관과 관리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면 유전적 배경이나 호르몬이 관여하는 진행성 탈모는 의료의 영역입니다. 두 영역을 섞어서 설명하는 곳이 많은데, 저희는 구분해서 말씀드립니다. 이 경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하루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정상 범위는 몇 개인가요?
흔히 50~100개 정도가 언급되지만, 이 숫자는 세는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매일 감는 사람과 이틀에 한 번 감는 사람은 하루치가 다르게 잡히고, 빗질·드라이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절대 개수보다 평소의 자기 기준선과 비교해 늘었는지, 그리고 그 상태가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더 쓸모 있는 정보입니다.
머리를 감을 때 많이 빠지는데 감는 횟수를 줄여야 하나요?
감는 행위가 빠질 머리카락을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이미 휴지기가 끝나 떨어질 준비가 된 모발이 물과 마찰로 한 번에 모여 나오는 것에 가깝습니다. 감는 횟수를 줄이면 그날 눈에 보이는 양은 줄지만, 다음에 감을 때 합쳐져 나옵니다. 오히려 피지와 각질이 쌓여 두피 환경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가을에 유독 많이 빠지는 건 왜 그런가요?
모발 주기에 1년 주기의 리듬이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성인 남성 14명을 관찰한 연구에서는 성장기 비율이 3월에 가장 높고 9월에 가장 낮았으며, 탈락은 8~9월에 정점을 찍었습니다(Randall & Ebling, 1991). 여기에 휴지기 진입과 실제 탈락 사이의 약 3개월 시차가 겹칩니다. 원인은 아직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 낮 길이에 따른 리듬으로 보는 설명이 주류이고, 여름의 두피 부담을 함께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그것은 위 연구가 확인한 내용이 아닙니다. 표본이 작고 국내 데이터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몇 달 이상 이어지거나 특정 부위가 눈에 띄게 비어 보인다면 계절만으로 설명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빠진 자리는 얼마나 지나야 다시 채워지나요?
휴지기가 끝나면 같은 모낭에서 새 성장기가 시작됩니다. 다만 빠진 직후 곧바로 새 모발이 올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모발이 빠진 뒤 다음 모발이 나오기까지 비어 있는 기간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이 간격이 길어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Courtois 등, 1995). 여기에 새로 난 모발이 눈에 보일 만큼 자라는 시간이 더해집니다. 몇 주 만에 확인하려 하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므로, 같은 조건에서 같은 부위를 기록해 두고 비교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진 것도 주기와 관계가 있나요?
있습니다. 성장기가 짧아지면 모발이 충분히 굵고 길게 자라기 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개수는 비슷한데 전체적으로 가늘어 보이는 상태가 생깁니다. 개수가 줄어든 것과 굵기가 얇아진 것은 다른 문제라, 측정으로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고 자료
- Paus R, Cotsarelis G. The biology of hair follicle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99;341(7):491–497. PubMed
- Randall VA, Ebling FJ. Seasonal changes in human hair growth. 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1991;124(2):146–151. PubMed
- Courtois M, Loussouarn G, Hourseau C, Grollier JF. Ageing and hair cycles. 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1995;132(1):86–93. PubMed
본 글은 모발과 두피에 대한 일반 정보이며,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탈락이 몇 달 이상 이어지거나 두피에 통증·진물·광범위한 탈락이 있다면 피부과 진료를 먼저 권해드립니다.